2014년 3월 26일 수요일

Investment Banking 이란? (8) Waiting Risk


Investment Banking이란 무엇인가? (8)
인수공모(underwriting)에서 IB는 어떠한 기능을 하나? (Part I)

 
자본조달을 위해 주식이나 채권 등의 증권을 발행할 때, 발행기업은 크게 세 가지 리스크를 마주하게 된다. 첫째로, 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한 시점에서부터 최종적으로 발행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남으로 인해 손해을 볼 수 있는 리스크(Waiting risk); 둘째로, 발행 가격을 잘못 책정함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는 리스크 (Pricing risk); 셋째로, 마케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는 리스크 (Marketing risk)의 세 가지이다.

 


발행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의 리스크 (Waiting Risk)

     공모를 통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불확실성은 기업경영의 리스크가 된다. 이러한 리스크를 일반적으로 대기위험이라고 하는데, 그냥 쉽게 풀어써서 기다리는 기간 동안의 리스크”, 또는 간단히 기다리는 리스크라고 하자.

     이처럼 발행을 기다리는 기간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발행기업이 발행을 결정한 시점부터 감독기관에 발행 등록 서류를 제출하는 때까지의 기간이고, 다른 하나는 다시 이때부터 실제로 발행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의 기간이다. 첫번째 기간 중에는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하면 발행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지만, 자본조달 자체를 하지 못하는 데 따르는 불이익은 피할 수가 없다. 발행 등록 서류를 감독기관에 이미 제출한 후인 두번째 기간 중에는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더라도 발행 자체를 취소하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나라와 지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예정대로 발행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리스크가 있다.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 Market-timing 리스크

     미국의 경우, 앞 서 설명한 Shelf Registration 제도를 통해, 우량 대기업들은 두번째 기간을 몇 주 또는 몇 일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들에게는 두번째 기간의 리스크가 사실상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번째 기간의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이들 우량기업들은 새로운 리스크에 마주치게 되는데, 이는 이들 기업이 스스로 최적의 시점이라 생각해서 선택한 발행시점이 과연 최적의 시점이냐는 것이다. 최적의 시점이라 생각되어 주식을 발행했지만, 오히려 그 이후에 시장 상황이 훨씬 더 좋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발행 시점을 잘못 선택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market-timing risk라 한다. 시장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매우 역동적이어서 예상 외의 일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Waiting-risk는 어느 정도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두번째 기간 동안의 기다리는 리스크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발행 시점 선택이라는 또다른 형태의 리스크를 불러들이게 된다. 따라서 발행기업 입장에서 보면, 두번째 기간의 기다리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된다.

     또한 기다리는 기간 동안의 리스크와 발행시점 선택의 리스크는 Underwriter Investment Bank 입장에서도 이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물론 시장 상황을 발행기업보다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발행시점을 보다 잘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market-timing 리스크 자체를 없앨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주식을 발행할 때, 발행가격은 일반적으로 발행 직전, 그러니까 발행 전날 정도에 Underwriter IB와 발행기업이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까 Underwriter는 하루 정도의 기다리는 기간에 대해 발행기업을 대신해서 리스크를 떠안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waiting risk는 발행기업이나 IB나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IB가 하루 정도의 리스크를 대신 떠안는 것이 아직까지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그 하루 동안의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Investment Banking이란? (7) Public company vs. Private company


Investment Banking이란 무엇인가? (7)
잘못 이해하기 쉬운 영어 용어; Public vs. Private

CFA (Chartered Financial Analyst) 시험 공부를 하다 보면 흔히 만나게 되는 용어로, public company, public equity, public offering 등이 있다. Public 이라는 영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Finance에서 Public 의 의미는 종종 잘못 이해되곤 한다.

 


Public company는 공기업이 아니라 상장기업을 의미한다.
     CFA 교재나 영어로 된 Finance 서적들을 읽다 보면 public company라는 용어가 자주 나오는데, 대부분 이를 공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public company란 공기업이 아니라 상장기업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공기업이란 정부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러한 공기업은 영어로 state-owned company 또는 state-run company, government-owned company 등과 같은 용어로 쓰인다. public company에 공기업이라는 의미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public company를 공기업으로 잘못 생각하고 CFA 교재를 읽다 보면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아 내용을 이용할 수가 없게 되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Public company라는 용어 이외에, 상장기업을 listed company라고도 한다. “상장이라는 우리말 표현을 생각하면 listed company라는 용어가 더 적합해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말 표현의 관점일 뿐이고, 영어로는 public company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으로 쓰인다. Public의 반대되는 개념이 Private인데, public company가 상장기업인 것처럼, private company는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상장기업을 listed company라고도 하지만, 비상장기업을 unlisted company라고는 하지 않는다. Delisted company라는 용어도 쓰이는데, 이는 비상장기업이 아니라, 한때 상장되었다가 상장이 폐지된 기업을 말한다.

Public equity는 상장기업의 주식을, Private equity는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의미한다.
     Public company가 상장기업을 의미하는 것처럼, public equity는 상장기업의 equity, 즉 상장기업의 자기자본 또는 주식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private equity는 비상장기업의 equity, 즉 비상장기업의 자기자본 또는 주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용어인 private equity investment란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 같은 private equity investment를 주업무로 하는 fund Private Equity Fund (PEF)라 한다.
     PEF를 우리말로 사모펀드라고 하는데, CFA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말 용어와 영어 용어 사이에 때때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PEF를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런데 아마 이렇게 하면 용어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인지, 사모펀드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실 PEF는 수많은 사모펀드 종류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PEF에 굳이 사모펀드라는 표현을 쓰려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라고 해야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Publicly offered Privately placed (또는 Privately offered)
     사모펀드라는 우리말 용어에 대응하는 영어 용어는 private equity fund가 아니라 privately placed (또는 offered) fund, 또는 간단히 private fund라 할 수 있다. 이는 기관투자가 등 소수의 전문적인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투자 권유 및 자본을 모아 펀드를 구성하는 것으로, alternative investment에 속하는 hedge fund, venture capital fund, private equity fund, real estate fund, commodity fund 등이 모두 사모펀드의 형태를 취한다. 반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투자 권유 및 자본 모집을 하는 펀드는 publicly offered fund 또는 public fund라 하며, 일반인들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mutual fund는 이러한 publicly offered fund, 즉 공모펀드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러니까 publicly offered fund 또는 privately placed fund 라고 할 때의 public private은 상장기업이냐 비상장기업이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하느냐 소수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하느냐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영어 용어와 우리말 용어 사이에는 경우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CFA 시험처럼 영어로 시험을 보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영어 용어로 개념을 이해하며 공부하는 것이 좋다. 얼핏 보기에 우리말 용어로 공부하면 더 쉽고 효율적일 것 같지만, 이러한 용어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개념을 혼동하기 쉽고 학습 효율 또한 떨어지기 쉽다.
 


 

2014년 3월 12일 수요일

Investment Banking이란? (6) Shelf Registration


Investment Banking이란 무엇인가? (6)
인수공모(underwriting)와 관련된 낯설은 용어; Shelf Registration

 
Investment Banking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이 분야에서 역사가 더 길고, 더 성숙되어 있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IB 설명을 위해, 인수공모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는 없는 제도인 Shelf registration에 대해 생각해 보자.

 


 

주식 발행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인 미국의 Shelf Registration

     공모 형태로, 즉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감독기관에 기업의 자세한 경영 상황을 등록해야 하는, 조금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기관에 의한 객관적인 기업 경영 상황의 파악과 실사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파악과 실사가 끝나더라도, 다시 이러한 내용을 감독기관에 등록하는데 또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신주를 발행해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는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업 경영 상황을 검증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 같은 난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에서 도입된 제도가 Shelf Registration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발행기업이 주식 발행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는 일반적인 주식 발행 절차와 동일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식 발행 방법과는 달리, 발행하겠다고 등록한 금액의 주식을 한꺼번에 모두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을 정하여 놓고 (예를 들어 2) 그 기간 안에 자본이 필요할 때마다 부분적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의 주식을 발행하겠다고 등록했다면, 일반적으로는 1,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한번에 모두 발행하지만, Shelf Registration에서는 1년 또는 2년 등의 기간을 정해 놓고, 1,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만 발행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1,000억원 어치의 신주 발행을 등록(Registration)한 후, 재고 보관용 선반(Shelf)에 신주를 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발행한다는 의미에서 Shelf Registration이라 이름붙인 것이다.

     이 경우, 처음 발행하는 주식 물량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주식 발행과 똑 같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 후 나머지 신주 물량을 발행할 때는 발행기업이 신주 발행결정을 내린 후 짧게는 몇 일, 길어도 몇 주 안에는 신주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발행기업에게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이는 어느 정도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을 희생하여 얻어지는 것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결정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불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제도를 모든 기업이 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 요건을 갖춘,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

 
미국 IB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 온 Shelf Registration

     1980년대의 규제 완화라는 시대적 조류를 타고 1982년 미국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미국 Investment Banking 업계에 예상보다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신주를 일종의 재고처럼 보유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발행하는 이 제도로 인해, 투자은행(Investment Bank)들은 과거처럼 Underwriting을 준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특히 Underwriting을 위해 과거처럼 많은 투자은행들을 참여시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졌고, 이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발행물량을 전량 인수(Underwriting)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한 자금부담과 보다 치열해진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서 투자은행들은 자본금과 회사 규모를 늘릴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는 1980년대부터 미국 투자은행들의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대형화, 해외진출을 촉진시킨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가 된다.

 

 

2014년 3월 5일 수요일

Investment Banking이란? (5) 인수공모 vs. 주주배정


Investment Banking이란 무엇인가? (5)
신주를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인수공모와 주주배정

신주를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으로는 인수공모(Underwriting)만 있는 것일까? 인수공모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미국과 영국 문화권에서는 인수공모가 가장 많이 쓰이고, 다른 방법에 비해 더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모(公募, 공개 모집, 일반 공모; Public Offering)와 사모(私募, 사적 모집; Private Placement)
     신주를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하는데는 크게 공모(공개 모집)과 사모(사적 모집)이 있다. 공개 모집을 영어로 Public Offering, 사적 모집을 Private Placement라고 한다. 공개 모집은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모두를 포함, 모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사적 모집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제한된 숫자의 투자자만을 접촉하여 신주를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사적 모집의 경우 주로 전문적인 투자 능력을 갖춘 소수의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집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데 반해, 공개 모집의 경우에는 전문적 투자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일반투자자들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모집 절차와 요건을 까다롭게 정해놓고 있다.

공개 모집에는 총액인수(인수공모), 모집주선, 주주배정 등이 있다.
     기업이 발행하는 신주를 증권회사가 모두 인수한 후 즉시 투자자들에게 다시 매각하는 방법을 총액인수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Underwriting 또는 Firm Committment라 한다. 이때 신주를 인수한 후 투자자들에게 다시 매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내외의 짧은 기간이 일반적이다. 만에 하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다 매각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증권회사(Investment Bank)는 발행회사에게 신주대금을 전액 지불하고 신주를 모두 인수해야 한다. 그러니까 증권회사가 신주 전량을 사주면서 주식 발행 관련 위험을 모두 떠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가별로 법과 관습이 달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수공모라고 할 때는 이러한 총액인수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반면에 증권회사가 브로커로서 신주 매각을 주선만 해주고, 신주 발행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발행회사가 지는 형태의 공모를 모집주선(Best effort basis)이라 한다. 이렇게 하면 발행회사는 증권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줄일 수는 있지만, 신주 매각이 모두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증권사는 책임을 지지않기 때문에, 제 때에 자본조달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서, 오히려 더 큰 기회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국내에서 모집주선이 사용되기도 했으나 요즘은 별로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다.
     공모 가운데 기존 주주들만을 대상으로 신주를 매각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주주배정(Rights Offering)이라 한다. 이때 기존 주주 중 일부가 주식을 인수하지 않아 매각되지 않고 남는 신주를 실권주라 하는데,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제3자에게 매각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증권회사와 미리 계약을 해서 증권회사가 이러한 실권주 물량만을 인수해서 매각하도록 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방법을 잔액인수라 하고, 영어로는 Standby underwriting 또는 Standby rights offering이라 한다. 이 경우, 남는 물량이 아니라 발행 주식 전체에 대해 standby fee를 증권회사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발행기업의 입장에서는 비용면에서 메리트가 별로 없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같은 주주배정의 경우에는 기업의 자본조달 과정에 증권회사(Investment Bank)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으며, 총액인수라 불리는 인수공모(Underwriting)와는 뚜렷이 구분이 된다. 또한 이러한 방법들 이외에 유럽 국가들 가운데는 일종의 경매(Auction)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인수공모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수공모(Underwriting)와 주주배정(Rights Offering)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코스닥 등에 처음 주식을 상장하면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그 후에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이다. 처음 주식을 상장하면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거의 100% 인수공모(Underwriting) 방법을 사용한다.
     미국의 경우 주식을 상장한 이후 새로이 유상증자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인수공모(underwriting) 방법을 이용해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주주배정(rights offering) 방법을 통해서 한다. 이는 사소한 차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차이점으로, 자본시장의 성숙과 발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상법(418)은 기존 주주가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를 갖고 있음을 명확히 하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주주들의 비리와 전횡 등으로부터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신주를 배정받는다는 것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주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또한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발행가격을 책정하는데 증권회사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이러한 이유 등등으로 주주배정을 하는 경우에는 주식 발행가격을 시가보다 명확하게 낮은 가격으로 안전하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발행가격이 시가보다 확실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구하지 못해 (또는 바빠서 등의 개인사정으로) 배정받은 주식을 인수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확실히 손해다. 반면에 신주 발행가격이 시장가격과 일치한다면, 신주를 배정받는다고 이득 볼 것도, 배정받지 못한다고 손해 볼 것도 없다. 따라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라면 경영권을 유지를 위해 기존 소유비율만큼 신주를 사들일 필요가 있겠지만, 소액주주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주주배정을 주주들이 달가워하지 않으며,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주주배정을 하지 않는다. 또한 국가에서 법으로 주주배정을 우선시 하도록 하고 있지도 않아, 회사 정관에 주주배정을 하도록 특별히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경영진이 자유로이 신주 발행 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인수공모(underwriting) 방법을 통해, (기존 주주만이 아닌) 모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시장가격에 신주를 발행해서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이는 획일적인 주주배정 방법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성숙된 자본조달 방법이라 할 수 있다.